'어쩌면 좋아'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꽃을 보았습니다.
"어, 개나리 피었네!"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좋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뭘 어찌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 도종환의《마음의 쉼표》중에서 -
요즘 온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나리나리 개나리는요.^^
학명 포시티아 코레아나(Forsythia koreana)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지만요.
아주 오래전부터 집이나 마을로 옮겨 심어 길러지면서, 현재는 아쉽지만 자생지를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하고요.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에서 운좋게 자생 개나리를 만나셨다면요.
정확히는 개나리(Forsythia koreana)가 아니고, 북한산국립공원의 깃대종으로 선정되어 보호 받고 있는 - 꽃이 작고 잎 뒷면에 잔털이 있는 - 산개나리(Forsythia saxatilis)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암튼 오늘은 살짝 거시기 하지만요. 개나리 처녀의 노란색 치마를 들춰서, 개나리꽃의 속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개나리는 4개로 갈라진 통꽃 안에 수술 2개와 암술 1개를 가지고 있는데요.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개나리꽃은 아래 사진처럼 수술이 길고 암술은 그 밑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는 단주화(암술이 짧은 꽃)이지만요.
아주 가끔은 이렇게 암술이 수술 사이를 뚫고 쑥 올라와 있는 장주화(암술이 긴 꽃)도 만날 수가 있답니다.
그런데 단주화를 수술이 길기 때문에 수꽃이라 부르고, 장주화를 암술이 길어 암꽃이라 부르며 개나리를 '암수딴그루'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개나리는 단주화와 장주화 모두 열매를 맺을 수가 있다고 함에, 잘못된 것이라 하겠고요.
이렇게 개나리가 긴 암술은 긴 수술의 꽃가루를, 짧은 암술은 짧은 수술의 꽃가루를 받아 각각 열매를 맺는 방식으로 진화해 온 이유는요. 가능한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는 타가수분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환경에 보다 잘 적응 할 수 있는 우성 형질을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나은 개체로 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개나리의 열매를 보기 힘든 이유는요.
우리가 공원이나 아파트 조경수로 만나는 개나리들은 열매를 주로 맺는 장주화가 적고, 꽃이 크고 색이 진해서 화사한 느낌을 주는 단주화가 많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찰스 다윈에게 진화를 이해 할 수 있게 해 줬던 꽃, 그래서 그가 사랑했던 앵초도 개나리처럼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해 장주화와 단주화를 가지고 있는 꽃들 중 하나이니까요. 아래 줄리안앵초의 꽃 사진을 보시고,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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