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설움을 간직하고 있는 꽃 [금강초롱꽃]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의 도움을 받으며 한반도의 식물들을 연구(채집), 분류했던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은요.
금강산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중부내륙의 고산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금강초롱꽃'을 1902년 일본인 식물학자 우치야마가 금강산에서 채집된 채집본을 근거로 하여, 1909년에 종모양의 꽃을 피우며 수술들이 암술 주위에 모여 있는 특징 등으로 초롱꽃과의 Symphyandra속으로 분류, 금강초롱꽃의 학명을 Symphyandra asiatica Nakai로 명명을 하였는데요.
나카이는 그후 1911년에 뿌리에서 나는 근생엽(뿌리잎)이 없고 줄기 위쪽의 잎들이 모여나는 등 새롭게 특징들을 정리하면서, 금강초롱꽃이 초롱꽃과 집안의 초롱꽃속(Campanula)이나 도라지속(Platycodon), 잔대속(Adenophora) 등 다른 속에 포함시킬 수 없는 새로운 종(한반도 특산종)임을 깨닫고서, 새로운 속으로 학명을 다시 명명하게 되었고요.
때문에 금강초롱꽃의 학명에는 나카이(Nakai)라는 명명자 이름이 두 번 들어가 있는 것이고요.
금강초롱꽃에게 새로운 속명을 붙여 줘야하는 나카이는 본인에게 조선식물 연구의 길을 열어주고, 많은 도움을 준 주조선 초대 일본공사인 '하나부사 요시모토'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금강초롱꽃'의 학명을 하나부사야 아시아티카 나카이(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로 명명하게 되었답니다.
이는 멕시코의 나라꽃인 다알리아(Dahlia)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8)의 제자인 스웨덴 식물학자 안드레아 다알(Andreas Dahl)을, 거베라(Gerbera)는 린네의 친구인 독일 식물학자 게르버(Gerber)를, 원추천인국 루드베키아(Rudbeckia)는 린네의 스승인 루드베크(Rudbeck) 교수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인 것과 같은 경우라 하겠는데요.
이에 자존심 강한 북한에서는 1976년부터 금강초롱꽃을 금강사니아(Keumkangsania asiatica (Nakai) Kim)라는 새로운 속명으로 개명하여 부르고는 있지만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어려운 상황인지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할 수 있겠고요.ㅠㅠ
또한 나카이는 조선에 이처럼 아름다운 야생화가 자생한다는 것에 배가 아프고 기분이 상했는지, '하나부사'라는 속명 다음의 종소명도 한반도 특산을 뜻하는 koreana가 아닌, 아시아 어디에서나 자란다는 뜻의 asiatica를 썼으니, 더욱더 아쉬울 따릅니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남부지방 고산지역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
다양한 빛깔의 [구상나무] 열매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소나무과의 [구상나무]의 학명이 아비에스 코레아나 윌슨(Abies koreana Wilson)인것처럼, 나카이가 명몀한 개나리(Forsythia koreana Nakai)처럼 금강초롱꽃의 종소명도 koreana로 명명했어야 했는데요.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하고, 그 이름을 명명하는 절대 '갑'인 나카이님의 결정이시니, 힘없는 식민국가이면서 식물학의 식자도 모르던 처지에서는 더더욱이 테클 걸 입장이 못되었을 것이고요.ㅠㅠ
하지만 불행중 다행이랄까요.^^ 나카이는 울릉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섬초롱꽃에는 캄파눌라 다케시마나(Campanula takesimana Nakai), 섬기린초에는 세둠 다케시멘세(Sedum takesiameanse Nakia), 섬단풍나무에는 아케르 다케시멘세(Acer takesimense Nakai), 섬벚나무에는 프루누스 다케시멘시스(Prunus takesimensis Nakai)라고 울릉도(그당시 일본이름 다케시마) 자생임을 알려주는 명명을 해 주었는데요.
울릉도 자생의 [섬초롱꽃]
[섬기린초]
[섬단풍나무]
물론, 최근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이 울릉도 특산식물 '울릉산마늘'의 학명을 ‘Allium ulleungense'로 명명한 것처럼, 섬초롱꽃, 섬기린초, 섬벚나무에도 '울릉도'라는 우리이름을 붙여 줬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요.
사실상 지금 그들이 대나무가 하나도 없는 독도를 다케시마(죽도)라 부르며, 자신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바로 그 '다케시마'가 일제강점기와 그 이전의 역사속에서는 '울릉도'였다는 것을 나카이가 정확히 알려주고 있는 것이고요. (참고로 일제강점기에 나카이는 울릉도 생태탐방을 통해 많은 종류의 울릉도 특산종들을 다케시마라는 종소명으로 명명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인들은 울릉도를 대나무가 많은섬 다케시마(죽도)라 불렀으며, 독도를 마쓰시마(송도)라 불렀는데요.
언제부턴가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면서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으니 이거야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입니다요.^^
[2013.2.19 헤럴드 기사 참조]
“은주는 북해(동해)에 있다. 북서 방향으로 1박2일을 가면 송도(松島ㆍ독도)가 있다. 다시 1일을 더 가면 죽도(竹島ㆍ울릉도)가 있다. 그곳은 일반인들이 말하기를 기죽도라 하는데 대나무와 물고기, 사슴이 많다. 이 두 개의 섬은 무인도다. 그렇다면 일본의 건지(경계선)는 이곳 은주가 일본 국경의 끝이다.”
1667년 일본 이즈모국 마쓰에번의 관리 사이토 호센이 번주의 지시에 따라 1667년 8월부터 약 두 달간 은주에서 보고 들은 일을 기록한 보고서 ‘은주시청합기’ (隱州視聽合記)의 내용이다.
지금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는데 이 문서에 따르면 다케시마는 울릉도를 지칭하며, 독도는 송도라 표기했다.
1904년 2월 10일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각축전이 발발하자, 일본은 러시아와의 해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독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한다.
1905년 1월 28일 내각회의에서 독도를 임자 없는 땅, 즉 무주지(無主地)로 규정해 일본 영토로 편입하는 결정이 내려지고 도근현(島根縣ㆍ시마네현)이 1905년 2월 22일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 편입을 선언한다.
일본 영토였다면 굳이 새로 고시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일본 민간인들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종의 군사적 조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5년 6월 20일 도쿄의 하쿠분칸박문관출판사에서 발간한 ‘일노전쟁실기’ 부록에 실린 ‘한국 전도’를 보면, 마감선 밖에 울릉도와 함께 독도가 있다. 일제는 편입 고시와 함께 망루와 통신시설을 설치했는데, 이후 이를 실효적 지배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시네마현이 독도 편입 고시한 날을 다케시마의 날(竹島の日)로 정하고 매년 대대적인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스스로의 역사를 먹칠하는 일일 뿐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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